성장 단계 지원 전환 둘러싼 논쟁 지속…조직 안정과 사업 방향 재정립 과제로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은 7월 20일 이사회를 열어 박영훈 대표의 사표를 수리했다. 박 대표는 10일 재단에 사임 의사를 전달하고 14일 전 직원에게 이를 알린 것으로 파악됐다. 임기를 약 8개월 남긴 시점이다. 재단은 신임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기 대표 선임 전까지는 본부장 1인과 ... 더 읽기
성장 단계 지원 전환 둘러싼 논쟁 지속…조직 안정과 사업 방향 재정립 과제로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은 7월 20일 이사회를 열어 박영훈 대표의 사표를 수리했다. 박 대표는 10일 재단에 사임 의사를 전달하고 14일 전 직원에게 이를 알린 것으로 파악됐다. 임기를 약 8개월 남긴 시점이다. 재단은 신임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기 대표 선임 전까지는 본부장 1인과 실장 3인이 소관 업무를 나눠 맡는 임시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재단은 이날 이사회에서 대표 사임과 함께 노무 조사 결과와 징계 관련 사항도 종합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조사 결과와 논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박 대표의 사임으로 경영진을 둘러싼 국면은 한 고비를 넘겼지만, 조직 내부의 긴장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갈등 과정에서 입장이 엇갈린 구성원들이 협업 체계를 회복하는 일도 차기 리더십의 과제로 남았다. 특히 박 대표 재임 중 추진된 사업 전환은 이번 갈등 과정에서 제기된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디캠프는 조직 안정과 사업 방향 재정립이라는 두 축의 과제를 안고 새 리더십을 맞게 됐다. 그간의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고 다음 10년의 좌표를 어디에 둘 것인가. 차기 대표와 이사회, 19개 출연 금융기관 앞에 놓인 질문이다.
‘성장 파트너’로의 전환, 그 논리와 결과
박 대표 체제의 디캠프는 2024년 10월 비전 선포식을 통해 성장 단계 스타트업 지원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이른바 ‘디캠프 2.0’이다. 재단은 스스로를 ‘스타트업 성장 파트너’로 규정했고, 매월 열리던 데모데이 ‘디데이’를 분기별 스케일업 프로그램 ‘배치’로 개편했다.
전환을 뒷받침하는 논리도 있었다. 2013년과 지금의 창업 생태계는 다르고, 초기 창업자에게 공간과 무대를 제공하는 방식이 언제까지나 최선일 수는 없으며, 검증된 기업의 성장 지원과 글로벌 진출, 후속 투자 연계가 생태계에 더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일부 액셀러레이터가 극초기 중심 지원에서 벗어나 성장 단계별로 지원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향 자체가 근거 없는 선택은 아니었다.
전환 이후의 수치는 지원 대상과 사업 규모가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복수의 재단 관계자와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2025년 1기부터 올해 7기까지 배치에 선발된 기업은 55개사다. 이 가운데 기업가치가 확인된 54개사를 보면, 50억 원 이하 기업은 1개사였고 100억 원 이하까지 넓혀도 4개사였다. 기업가치가 모집공고에 제시된 100억~300억 원 구간을 웃도는 기업은 13개사였다. 프로그램의 성격은 다르지만 기업이 참여하는 규모도 달라졌다. 매월 열린 디데이에는 연간 60여 개사가 무대에 올랐지만, 분기별 배치의 연간 선발 규모는 33개사 수준이다.
투자 지표에서 뚜렷한 것은 기업당 투자 규모의 변화다. 평균 투자액은 2023년 1억2,700만 원에서 올해 상반기 6억4,500만 원으로 약 5배가 됐고, 투자 대상 기업의 평균 기업가치는 같은 기간 약 80억 원에서 287억 원으로 높아졌다. 적어도 투자 지표상으로는 무게중심이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군으로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수치를 두고 설립 취지에 비해 초기 단계 기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줄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성장 단계 지원이라는 개편 목적에 부합하는 변화라는 해석도 있다.
성장 단계 기업에 맞는 공간 모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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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의 쟁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영역 가운데 하나가 공간이다. 배치 1~7기 선발 기업 55개사의 전체 임직원은 967명이며, 이 가운데 디캠프 공간을 실제 입주 형태로 이용한 인원은 302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임직원 대비 31.2%다. 집계 시점 기준으로 6기는 8개사 임직원 140명 가운데 23명(16.4%), 7기는 6개사 임직원 118명 가운데 9명(7.6%)이 입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선발 기업의 전체 임직원이 입주 대상이었는지, 기업별 배정 좌석이나 목표 인원이 있었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이 수치만으로 공간 활용의 성패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재단 안팎에서는 배치가 스케일업 프로그램으로서 겨냥해온 성장 단계 기업 가운데 이미 자체 사무실이나 조직 운영 체계를 갖춘 곳이 적지 않다는 점을 들어, 입주와 밀착 멘토링 중심의 지원 방식이 이들의 실제 수요와 부합하는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에서는 2025년 1분기 개방형 라운지의 멤버십 기준이 조정된 뒤 예비창업자와 투자자 등 일부 생태계 관계자의 이용이 제한됐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입주 공간과 개방형 라운지를 각각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제공할 것인지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배치 8기, 연속성과 재검토 사이
대표 사임 이후에도 예정된 배치 8기 선발 절차는 진행되고 있다. 8기는 지난 5월 공고돼 6월 11일 모집을 마감했고, 7월 15일 서류 심사 결과 발표를 거쳐 9월 2일 최종 선발, 10월 프로그램 시작이 예정돼 있다. 8기는 소재·부품·장비, 로봇, 우주·항공 등 딥테크 분야의 프리A~시리즈A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9월 2일 최종 선발은 차기 대표 취임 전 임시 체제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기존 일정과 사업의 연속성을 고려하면 예정된 선발 절차를 이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다만 차기 리더십이 선발 대상과 기준을 포함한 프로그램 노선을 전면 재검토한다면, 그 결과는 다음 기수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배치 8기의 운영과 차기 프로그램의 설계를 함께 관리하는 일이 새 리더십의 첫 실무 과제가 될 전망이다.
차기 리더십 앞에 놓인 선택지
재단은 대표 사임 발표와 함께 “연결과 협업을 통해 청년창업과 성장을 지원하고 혁신 문화를 확산한다는 설립 목적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며 스타트업과 창업자를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초기 마중물과 성장 단계 지원의 비중, 배치 프로그램과 공간의 운영 방향 등 구체적인 사업 방침은 이번 입장에 담기지 않았다.
재단 안팎의 논의를 종합하면, 차기 대표 인선을 앞두고 이사회가 출연 금융기관 및 생태계와 함께 검토해야 할 과제는 크게 두 층위다. 재단의 정체성과 사업 모델을 다시 정하는 일, 그리고 이를 실행할 조직의 신뢰와 소통 체계를 복원하는 일이다. 세부 쟁점은 다섯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정체성이다.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창업의 마중물 역할과 검증된 기업의 스케일업 지원 가운데 재단의 축을 어디에 둘 것인지, 혹은 두 기능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다. 둘째는 프로그램이다. 배치의 선발 기준과 지원 방식을 대상 단계에 맞게 재정렬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다. 셋째는 공간이다. 성장 단계 기업의 실제 공간 수요를 다시 확인하고, 입주 공간과 개방형 라운지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제공할 것인지다. 넷째는 조직이다. 갈등 과정에서 흔들린 내부 신뢰와 협업 체계를 어떻게 회복할지다. 다섯째는 소통이다. 공익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서, 어떤 방향을 택하든 그 근거를 구성원과 창업자, 출연기관, 생태계에 설명하는 과정이다.
이번 사임 국면은 디캠프가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떤 조직으로 다시 설 것인지가 재단 내부에만 그치지 않는 생태계의 관심사임을 드러냈다. 19개 금융기관의 출연으로 세워져 초기 창업자 지원을 주요 역할로 삼아온 기관인 만큼, 차기 대표 인선은 한 기관의 수장을 정하는 절차를 넘어 재단의 다음 역할과 자원 배분 원칙을 정하는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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